2010년 5월 10일 월요일

한가로운 신촌 나들이의 일요일

졸업하고 처음 신촌으로 갔다. 신촌에서 5년을 보냈지만 신촌은 여전히 익숙하면서도 낯선 장소다. 어제까지 있던 가게가 오늘은 없어지는 일도 흔하고, 맨날 가는 가게만 가다보니 다양성을 못 느껴봐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또한 신촌엔 '맛집'이라는 걸 찾기가 힘들다. 온갖 체인점은 다 있지만 딱히 신촌만의 맛집을 떠올리기 힘들다.

11시에 딸기골분식 앞에서 만나자고 해서 집에서 좀 일찍 출발했다. 이대부중 옆에다 불법주차를 하면서 예전에 그곳에서 주차딱지를 떼었던 생각을 잠깐 했지만 그냥 주차했다. 주차과태료는 40000원, 순순히 잘못을 인정하고 먼저 지불하면 20% 디씨해서 32000원이다. 20%디씨라는 개념이 좀 신기하지만 8천원이 아까워서 미리 순순히 지불했었다.



양정이와 애린이가 늦는다고 해서 동문회관에 있는 던킨에서 <나일론>을 읽으며 아이들을 기다렸다. 왠지 커피보다는 다른 아이스 음료가 땡겨서 레모네이드를 시켰는데... 이건 뭥미? 레모네이트 시럽만 탄 사이다임에 틀림없다. 혹시 그게 아니라 할지라도, 이건 레모네이드가 아니라 내가 처음 맛보는 어떤 괴상한 음료에 불과하다. 앞으로 다시는 던킨에서 레모네이드를 시키면 안되겠다는 다짐을 한다.



양정이가 알고 있다는 샌드위치지브로 브런치를 먹으러 가는데 튤립이 피어 있는 광경을 보았다. 튤립을 꽃집이 아닌, 진짜 흙에 뿌리내리고 있는 화단에서 본 것은 처음이었다. 날씨도 너무 좋고, 예상치못한 튤립과의 만남이 벌써 마음을 뿌듯하게 했다. 거기다가 아직 낮 12시도 안된 시간이라는 건 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이렇게 시간을 많이 번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연대 동문쪽에 있는 '로드 샌드위치(Lord Sandwich)'에서 트리플 치즈 샌드위치를 시켜먹었다. 물론 토마토는 빼고! ㅋㅋㅋ 평소에는 인기 많은 가게라 들었는데 오늘은 우리가 첫 손님이고 우리 나갈 때까지 아무도 안 들어왔다. 하긴, 아무래도 주말 브런치는 홍대나 이태원이나 가로수길 쪽이 유명할 듯. 하지만 신촌 동문/이대 후문쪽 이 동네는 한적하면서 외쿡인도 많고 숨어있는 맛집도 많은 동네다 :) 정작 학교 다닐때는 여기까지 걸어오기가 힘들어서 잘 안왔는데 말이지....

그 후 이대와 신촌 일대를 쏘다니면서 구경도 하고, 양정이와 애린이가 네일 받을 떄 옆에서 끼여서 평소 로망이었던 노랑색 네일도 받아보았다. 날씨가 너무 좋아서 걸어다니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그런 날씨에, 강남에 박혀 있으면서 참 그리웠던 신촌길을 걸어다니니 더더욱 좋은 일요일이었다.



그후 '라본느타르트'에서 타르트를 먹으면서 하루 마무리. :-) 완전 럭셔리하고 서양스러운(!) 하루였다. 브런치에 타르트까지....

2010년 5월 8일 토요일

아이쇼핑의 토요일

본래 가족들과 <아이언맨2>를 보러 가려고 했지만 동생의 배탈로 계획은 취소되었다. 재빠르게 차키를 들고 나의 소중한 마티즈를 타고 서울로 뛰어나갔다. 제1목적지는 논현역에 있는 온라인 쇼핑몰 업타운걸(http://www.uptowngirl.tv/)의 오프라인 매장 selection d'ug. 평일엔 도저히 가볼 시간이 없고 토요일에도 4시까지 밖에 안해서 서둘러 가보았다. 애초에 지름신이 왔었던 원피스와 바지는 실제로 입어보니 별로라서 지름신 빠이빠이하고 난데없이 스트랩 샌들에 지름신이 팍팍 왔다. 하지만 11cm힐.... 내가 아무리 키가 난쟁이 똥자루여도 하이힐은 나에겐 너무나 높은 벽이다. 세상이 빈익빈 부익부인게, 키큰 사람들이 어째 하이힐을 더 편안하게 신는 것 같은 편견이 있다. 난 당차게 하이힐을 신고 집에서 나가도 집에 돌아올 때는 어기적 어기적 걸어오면서 이넘의 신발을 다시는 신고가나봐라!!! 하고 이를 바득바득 갈곤 한다.

그리고는 신세계 강남으로 고고씽. 신세계 주차요원들은 차암 인사도 잘하고 방향 안내도 잘해주고 친절하다. 주차를 마치고 1층으로 갔더니 엥?

신세계 강남 루이비통 매장이 확장해서 재오픈했다더니, 줄까지 선다. 명품 매장 앞에서 줄서는건 아울렛이나 외국가서 샹제리제같은 사람 많은 가게에서만 일어나는 일인줄 알았더니, 우리나라 백화점에서도 이런 풍경을 볼 수 있구나...

각설하고 오늘의 목표는 아이섀도. 단독으로만 발라도 예쁘고 하지만 티안나는 섀도를 사는 것이 목적이었다. 각종 검색을 통해 최종 후보로 올라온 아이는 바비브라운의 '본'과 에스티로더의 '아이보리박스'. '본'은 예전에 한번 써봤던 거라 내가 찾는 스타일임을 알고 있었고 에스티로더는 강력한 추천을 좀 받았다. 그래서 결국은...




결국은 에스티로더의 아이보리 박스를 샀다. 바비브라운보다 2000원 싸다는 점이 구매에 한 몫을 하였다. (바비브라운 본은 32000원, 에스티는 30000원) 그리고 한번 써봤던 거 말고 새로운 걸 사 보고싶기도 했고.



여기서 쇼핑을 멈췄어야 하는데... 위층에 올라가서 여름맞이 원피스를 몇개 입어봤더니 지름신이 마구 오신다. 하지만 월급날은 아직 멀었을 뿐이고^^^^^^ 지름신을 꾹 누르고 다시 내려왔다.



이제 내가 꽤 좋아하는 역삼역 근처 투썸플레이스로 고고씽. 여기는 한가한데다가 주차할 공간도 넉넉하여 좋아한다. 그런데 오늘은 주차에 마가 꼈는지 주차할때도 집에가려고 차를 빼낼 때에도 문제가 있었다. 앞에 떡하니 서있는 나무와 옆차에 대한 각도 계산이 잘못되어서 한창 낑낑대고 옆차를 긁어버릴 것같다는 공포에 시달리면서 겨우겨우 차를 대고 다시 빼낼 수 있었다. 역시 차를 안 가지고 다니는 편이 여러모로 편리하지만... 운전하면서 듣는 라디오의 마력과 아무데나 돌아다닐 수 있다는 점, 차 안에서 나만의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는 점 등이 주말이면 차키를 들고 마티즈에 시동을 걸게 한다.


그동안 쌓아두었던 패밀리 포인트로 공짜 티라미수와 오늘의 커피 한잔. 달디단 커피도 잘 먹는 나이지만 티라미수를 먹을때만은 언제나 아메리카노 or 드립커피를 마셔야 할 것만 같다. 투썸 드립커피는 꽤 괜찮은 편. 혼자서 넷북 켜놓고 잡지 읽고 있으려니 한가한 주말을 즐기는 느낌이 물씬. 사실 따져보면 돈지랄에 시간지랄이지만.... 기분내는 데에는 그만이다. 적은 돈으로 엄청난 사치를 하는 기분이기도 하고. 오늘은 커피값 & 케익값도 굳었으니 더더욱.

이렇게 아이쇼핑과 지름신의 토요일을 마무리 했다. 통장에 잔고가 조금 더 있었으면 뭘 더 질렀을지...